[논커플링] 20200101 # Work 2020. 5. 13. 00:15

이런저런 죵국이가 보고 싶어서 썼던 글...

그냥... 묘하게 우울하면서도 또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보고 싶었다.


더보기

 

종국은 2020년을 맞이하여 터지는 폭죽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시끄러운 카운트다운 후 팡팡 터지는 폭죽 소리. 수십 번째 맞는 광경이지만 2019년에서 2020년이 되는 이 순간은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십의 자릿수가 달라져서 그런가. 바쁘게 산 만큼 시간도 훌쩍 지나가 버린 것만 같았다.

행사가 끝난 후 종국은 평소처럼 새벽 늦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새해라고 딱히 수면 패턴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최근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스케줄이 있던 바쁜 나날들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단독 콘서트를 했고, 시상식 참석에다가 회식, 또 한 번의 촬영, 촬영에 행사…. 쉴 틈 없는 가운데 단 하루 주어진 단비 같은 휴식일이었다. 그 휴식일이 1월 1일이라는 새로운 날이었을 뿐이다.

 

 

또, 평소처럼. 종국은 운동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늘 가던 카페에서 늘 마시던 커피를 주문했다. 익숙한 듯이 쿠폰을 받아 도장을 찍는 직원마저도 평소와 같았다.

 

다만, 단 하나 달랐던 것은 카페에 저를 제외하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보통 종국이 커피를 사러 올 때면, 같이 운동하는 파트너들과 같이 마시거나 지인들과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 때가 대다수였는데. 신정인지라 특별히 일하는 곳도 많이 없을 텐데 다들 어디에 있는 건지. 종국은 괜히 빈 카페를 한 번 더 둘러보았다.

직원이 커피를 내오자 종국은 눈을 휘며 감사합니다, 라 짧게 말했다. 사람이 없는 카페는 그날따라 더 넓어 보였다. 평소 자주 앉는 좋아하는 테라스의 자리로 발길을 옮겼다.

 

한겨울 날씨는 쌀쌀했다. 그나마 테라스에 미리 켜져 있던 난로가 존재했기에 종국은 난로의 바로 옆 의자에 걸터앉았다.

서서히 난로의 따뜻한 열기가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난로의 따뜻함과 손에 든 아이스커피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균형이 맞지 않았다.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종국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

 

늘 화려한 강남의 거리였지만 공휴일인 오늘만큼은 가게의 간판들도 불을 끄고 있었다. 테라스에 앉으면 늘 카페 맞은편에 있는 가게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종국은 멍하니 그 가게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문득 한 화장품 가게에 종국의 시선이 머물렀다. 유명한 브랜드의 체인점. 유리창에 무슨 립스틱 몇 % 할인….이라는 흔한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어차피 오늘은 문을 열지 않는 날이니 그런 광고를 보는 것은 소용이 없겠지만. 종국의 관심은 어째 그 포스터에 있던 립스틱의 브랜드로 향했다.

 

종국은 가만히 그 브랜드의 이름을 되뇌어보았다.

얼마 전 뷰티 프로그램 촬영 당시. 립스틱은 있어도 또 산다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종국은 직접 자신의 립스틱을 산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코디가 발라주는 정도였으니.

 

그렇지만 기억 속의 그녀는, 종국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스쳐 지나가듯이 말했던 저 립스틱 갖고 싶다는 이야기. 지나가듯이 한 이야기라 아마 그녀 자신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까먹었을 테지만 종국은 그녀에게 꼭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아마 그녀는 이미 비슷한 색깔의 립스틱을 여러 개 갖고 있었을 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스케줄을 마친 늦은 밤, 매장이 영업을 끝내기 불과 몇 분 전. 매니저를 시키기도 어려운 위치. 종국은 어색하게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들어가서 립스틱 하나만 사고 재빨리 나왔던 기억이 선명했다.

그 다음날 차 안의 데이트에서 종국은 선물을 내밀었다. 선물을 받은 그녀가 기뻐했던 것도 같다. 아니 분명 기뻐했을 것이다. 좋아했을 것이란 기억은 남아있는데 어쩐지 그녀의 웃는 표정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

 

몇 개월이 흐르고 그녀는 할 말이 있다며 종국을 먼저 불렀다.

 

종국은 그날 오랜만에 그녀를 만난다는 사실에 들떠있었다. 밝게 웃으며 맞이한 그녀의 표정은 이유 모르게 어두웠다. 아이스커피처럼 마냥 차가운 표정에 종국은 차마 더 웃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비밀연애를 하면서 단 한 번의 데이트도 보통의 연인들같이 할 수 없었다. 데이트는 그랬는데…. 이별만은 보통의 연인들과 똑같았다. 평범하디 평범한 이별이었다. 그녀는 평범한 데이트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지쳤고,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종국의 얼굴을 보며 가만히 말했다.

"... 헤어지자."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종국은 눈이 크게 떠지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녀의 입술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다 같은 빨간색으로 보이던 립스틱의 색깔을 이 순간만큼은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 그날 그 입술의 색깔은……. 종국이 그녀에게 선물했던 그 브랜드 그 립스틱. 그 색깔이었다.

 

신발을 선물하면 그것을 신고 떠나간다는 오래된 말이 떠올랐다. 신발을 선물한 것도 아닌데….

그녀는 그렇게 종국을 떠나갔었다.

 

 

*

 

그녀와 자신은 이제 멀어져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 가게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광고지에서는 이별을 담은 그 색깔이 종국을 빤히 쳐다보았다.

 

 

종국은 멍하니 들던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하고는 기억의 흐름에서 빠져나오려 애썼다. 늘 오던 카페의 위치인데 왜 하필 오늘 이런 생각이 갑자기 났는지…. 혼자 와서 그렇다며 괜히 속으로 툴툴거렸다. 쪽 빨아 마시던 커피는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종국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쭉 기지개를 켜고는 다 마셔버린 커피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운동하러 가는 길에 섰다. 생각을 비우기에는 운동만 한 게 없었다. 다리 운동을 하다 보면 또, 잠시뿐이라도 잊힐 기억들이었다. 종국은 직원에게 인사를 하곤 카페를 나왔다. 의식적인 미소도 함께였다.


더보기

2019년 마지막 날에 행사뛰었고.... 그 다음날에 혼커한다고 올린 인스타 스토리 보고 피어오른 망상ㅋㅋㅋㅋ

'Wo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꾹] 차 안에서 힐링 下  (0) 2020.05.13
[찬꾹] 차 안에서 힐링 上  (1) 2020.05.13
[꾹멍+찬] 빈방의 숨소리  (0) 2020.05.13
[꾹른] 단문  (0) 2020.05.13
[지국] 짧은 상상 (上)  (5) 2020.05.13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