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링미정] 의미 없는 고백| # Work 2021. 3. 25. 01:47
커플링 X / 짧은 글
종국은 불 꺼진 방에 가만히 누워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연애스타일을 생각하자면 그러했다. 모든 걸 아낌없이 주는 것. 몸도, 마음도, 물질적인 것까지.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데뷔한 지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연예인들에게 대시를 한두 번 받아본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늘 받은 두 번의 고백은 종국을 밤중에 또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한 명은 여자, 다른 한 명은 남자였다. 여자는 약간의 기대감을 품은 듯한 목소리로 저를 좋아한다며 살짝 당돌한 고백을 해왔고, 남자는 그냥 형이 내 마음 알기만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반쯤은 포기한듯한 목소리로 고백했다.
그리고 종국은 두 개의 고백 모두를 미안하다며 거절했다. 그 거절에 성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고백을 받아줄 상태가 되지 않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연애와 결혼을 하기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을 성격은 되지 못했다.
종국은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저에게 철벽남이라고 하던 가족 같은 멤버들이 생각났다.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냥 지금 이대로 살기에도 일은 바쁘지만, 만족스럽고, 취미를 즐기고 사는 삶도 행복하다. 그런데 굳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상대에게까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억지로 좋아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내 마음 알기만 해줬으면 좋겠단 동생의 고백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고백을 받아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서 종국은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받아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하는 고백은 무슨 기분일까.
종국은 어느새 그 고백을 제 입장에 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고백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을 받아주지 못할 거라면 마음을 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상대가 전혀 마음을 받지를 않는데, 다 줘봤자 무슨 소용이지.
조금은 잔인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동생의 다음 멘트가 생각났다.
형을 몇 년 동안 좋아했는데 도저히 포기가 안 된다. 차라리 한번 말하고 시원하게 잊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좋아하는 마음이 몇 년 동안 포기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종국이 지금 그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차라리 말하고 잊고 싶다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고 나면 다시는 그 사람과 원래 사이로 돌아갈 수 없을 텐데, 그럼에도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종국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찔리는 듯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차라리 그냥 제 맘을 모르더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다 알고 나를 피하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나았다.
그러다 종국은 깨달았다. 가능성이 없는 이 짝사랑에 종국은 모든 감정을 다 쏟고 있었다.
자신은 이미 그 사람에게 모든 마음을 다 주고 있었다.
몇 년간의 짝사랑은 그의 마음을 키우는 시간으로 충분했다.
가능성 없는 고백은 하기 싫다면서 동시에 가망 없는 짝사랑을 하는 자신이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자신이 느껴졌다. 종국은 허망한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는 당겨져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종국은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은 쉽게 잠이 들지 못할 것 같다.
대충 지금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고백을 받더라도 행복하지 않은 꾹이가 보고싶었을 뿐 ㅠㅠ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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